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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민의 정신과 상징성 부재”… 달서구청장, 신청사 설계안 정면 비판
  • 변선희
  • 등록 2025-10-13 16: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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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일 기자설명회서 “흔한 관공서 청사로 전락”
  • “행정청사 아닌 역사적 랜드마크 돼야”

이태훈 달서구청장이 대구시청 기자실에서 신청사 건립을 위한 설명문을 발표하고 있다.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설계안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신청사가 들어설 달서구가 '대구시민의 자부심을 세워야 할 랜드마크가 평범한 관공서로 전락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행정적 효율성과 도시 상징성 사이의 균형, 그리고 재원 확보의 현실이 복잡하게 얽히며 ‘대구의 얼굴’을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은 13일 중구 대구시청 동인청사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설명회를 열고 “대구시 신청사는 단순한 행정청사가 아니라 시민의 꿈과 정신을 담는 역사적 건축물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근 공개된 설계안은 대구의 정체성과 상징성이 사라진 그저 평범한 관공서에 불과하다”며 “250만 대구시민의 뜻을 왜곡한 결과”라고 직격했다.

 

대구신청사 국제설계공모 당선작_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_외_2_작품명_FORETscape

대구시는 지난달 17일 국제설계공모 심사 결과를 공개하고, 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의 ‘포레스케이프(FORETscape)’를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숲이 깃든 문화청사’를 표방한 당선작은 지하 2층, 지상 24층, 연면적 11만8328㎡ 규모로 설계됐다. 시는 이달 기본·실시설계에 착수해 내년 9월 설계 완료,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비는 총 4500억 원 규모다.

 

그러나 달서구는 이 설계안이 도시의 정체성을 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반발했다.


이 구청장은 “대구 정신이 보이지 않는다. 대구의 얼굴이 될 건축물이라면 2·28 자유정신, 국채보상운동의 애국심, 근대산업의 선봉 도시로서의 상징이 녹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24층 규모는 상징성이 미약하다. 28층, 33층, 56층 등 대구를 상징하는 숫자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주변에는 약 27~8층에 달하는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고, 향후 건축 될 고층 건물에 가리지 않도록 더 높이 디자인을 바꿔 대구의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확실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6년 전 시민 공론화를 거쳐 두류공원 옛 정수장 터가 부지로 확정된 것은 단순히 건물을 옮기자는 결정이 아니라, 대구의 미래를 새롭게 세우자는 약속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시가 지금이라도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도시의 자존심’을 잃게 된다”며 “이미 업체가 선정됐다고 해서 책임을 피하지 말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충분히 개선가능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구시 동인동 청사에서 이태훈달서구청장과 대구시관계자들의 의견대립이 빚어지고 있다.

한편, 이날 기자설명회는 대구시청 기자실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개최 장소를 둘러싸고 대구시와 달서구 사이에 의견 충돌이 빚어지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일부 시 관계자는 “신청사 문제를 행정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개 비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지만, 달서구는 “시민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며 기자회견을 강행했다.

 

결국 설명회는 예정대로 진행됐고, 달서구는 설계안 재검토 또는 대규모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대구시는 내년 착공을 목표로 하지만, 재원 확보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제다.

현재까지 조성된 신청사 건립기금은 700억 원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시 소유 공유재산 매각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매각이 지연되면서, 실제로 지금까지 매각된 건은 도로부지 1건(77억 원)에 그친다. 지방채 발행도 쉽지 않아, 재정 계획이 꼬일 경우 착공 시기 지연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구시청 동인동 청사앞에서 이태훈 달서구청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설계안의 높이와 디자인을 넘어, 도시의 정체성과 행정 신뢰, 시민 참여 방식까지 되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대구시 신청사는 단순한 청사가 아니라 앞으로 수십 년간 대구의 얼굴이 될 공간이기 때문이다. 시민의 뜻과 도시의 철학이 반영되지 않은 청사는 결국 또 하나의 관공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태훈 구청장은 기자설명회를 마치며 “시민의 꿈을 담고, 대구의 자존심을 세워야 한다”며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짊어질 역사적 책무”라고 말했다.

 

대구의 신청사가 과연 ‘행정의 집’을 넘어 ‘도시의 얼굴’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지금이 그 분기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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