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법연화경 표지(왼쪽)와 본문(오른쪽) [사진제공=계명대학교]
계명대학교 동산도서관이 소장한 조선 초기 왕실 발원 불경이 국가 지정 문화유산으로 그 가치를 공식 인정받았다.
계명대학교(총장 신일희)는 동산도서관이 소장한 갑인자본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1책(권3)이 지난 24일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이번 지정은 조선 세종 왕실에서 간행된 희귀 불경으로서의 역사성과 인쇄·제지 기술사, 불교사적 가치를 국가 차원에서 인정받은 성과다.
‘법화경’으로도 알려진 ‘묘법연화경’은 천태종의 근본 경전으로, 한국 불교에서 가장 널리 읽히고 간행된 경전이다. 조선시대에만 170건이 넘는 판본이 전해질 만큼 영향력이 컸다.
보물로 지정된 계명대본은 1450년(세종 32) 세종이 당시 세자였던 문종의 질병 치유를 기원하며 간행을 명한 왕실 발원 불경이다. 조선의 대표적 금속활자인 갑인자(甲寅字)와 일본산 닥나무로 만든 종이인 왜저지(倭楮紙)를 사용해 단 33부만 인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 초기 인쇄술과 제지 기술이 집약된 판본으로 평가된다.
이 판본은 이후 전국 사찰에서 40여 차례 번각되며 조선시대 불경 간행 전통에 큰 영향을 미친 갑인자 계열의 최초 판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완질(전 7권)은 현재 전하지 않으며, 일부 권차만 개인 소장으로 알려졌을 뿐 소재도 불분명하다. 공개적으로 실물을 확인할 수 있는 판본은 계명대 소장본(권3)이 유일해 희소성과 연구 가치가 매우 높다.
문화유산 당국은 ▲갑인자 계열 최초 판본이라는 역사성 ▲표지와 본문이 간행 당시 원형을 유지한 뛰어난 보존 상태 ▲세종대 실험적으로 제작된 왜저지의 제작 기록과 실물이 일치하는 유일한 사례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책에 남아 있는 구결과 주석, 독서 흔적은 당시 불경 학습 방식과 독서 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불교사·인쇄사·제지사 연구에 귀중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인정됐다.
계명대 동산도서관은 현재 ‘용비어천가’ 초간본과 왕실 한글 편지 모음집 ‘신한첩(곤)’ 등 23종 97책의 국가 지정 문화유산(보물)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번 지정으로 총 24종 98책으로 늘어났다. 이는 사립대학교 도서관 가운데 전국 최다 규모다.
오동근 동산도서관 관장(문헌정보학과 교수)은 “이번 보물 지정은 동산도서관이 소장한 고문헌의 학술적·문화적 우수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계기”라며 “앞으로도 귀중한 문화유산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보존·연구해 시민과 연구자들이 함께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