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회 손한국 의원
2025 APEC 정상회의라는 초대형 국제행사가 한반도를 찾았지만, 대구는 끝내 그 무대에 서지 못했다.
대구시의회 손한국 의원(달성군3)은 대구가 스스로 기회를 놓친 배경에 전략 부재와 안일한 행정이 있었다며, 시정 전반에 대한 뼈아픈 성찰을 요구했다.
손 의원은 지난 15일 열린 대구시의회 제321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APEC의 경제 파급효과가 7조 4천억 원에 달하는데, 인접 도시들이 실리를 챙기는 동안 대구는 ‘빈손’으로 남았다”며 “이번 APEC은 대구에 철저히 ‘남의 잔치’였다”고 직격했다.
그는 특히 대구공항의 역할 상실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대구공항을 두고도 글로벌 정상과 CEO들의 전용기는 대부분 김해공항으로 향했고, 그에 따른 하늘길·관광·경제 효과는 고스란히 부산 몫이 됐다는 것이다. 이에 손 의원은 “관문공항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지 못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대구시의 대응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손 의원은 “타 지자체들은 세일즈 외교와 연계 축제를 통해 APEC 특수를 극대화했지만, 대구시는 전담 조직조차 없이 지하철 랩핑이나 SNS 이벤트 같은 보여주기식 행정에 머물렀다”며 “굴러들어 온 기회를 걷어찬 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산업 전략 부재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글로벌 빅테크 인사들이 방한했음에도, 대구의 강점인 로봇·AI 산업과 연계하려는 시도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손 의원은 “대구·경북 통합을 말로만 외치면서 실제 협력 국면에서는 방관자에 머물렀다”며, “경제 공동체로서의 기능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권한대행 체제가 무사안일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며, 지금이라도 ‘포스트 APEC’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구로 유입할 수 있는 연계 관광 상품 개발과, 대규모 국제행사에서의 역할 분담·이익 공유를 위한 구체적인 협력 매뉴얼 구축이 시급하다는 주문이다.
손 의원은 발언 말미에 “이번 APEC은 대구의 행정 역량과 전략 부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라며 “이 실패를 교훈 삼지 못한다면, 대구는 앞으로도 국제 무대에서 반복적으로 배제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APEC은 끝났지만, 대구시를 향한 질문은 이제 시작이다.
국제행사 앞에서 대구는 무엇을 준비했고, 무엇을 놓쳤는가에 대한 손한국 의원의 문제 제기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 대구 행정이 향후 어떤 준비와 전략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숙제를 던진 것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