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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현장 사이] 낙동강 굽이 따라 깃든 의로움...전국 최초 을미의병 이끈 현풍 출신 의산 문석봉 의병장
  • 변선희
  • 등록 2026-02-11 10:33:37
  • 수정 2026-02-11 1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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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산 문석봉 선생의 흉상. 달성군민체육센터 입구에 위치하고 있다.

대구 달성군 현풍읍 성하리.

낙동강이 굽이쳐 흐르는 이 고즈넉한 마을은 조용하지만, 조선 말기 격동의 역사를 품고 있다. 

 

이곳은 고려 말 목화씨를 들여온 문익점 선생의 20대손이자, 1895년 을미의병을 전국에서 가장 먼저 일으킨 의산(義山) 문석봉 의병장의 고향이다.

지금은 평온한 마을이지만, 이곳은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분연히 일어선 한 인물을 길러낸 역사적 공간이다.

 

문석봉(文錫鳳)은 1882년 무관으로 관직에 몸담고 있었다. 

당시 그는 세곡을 궁궐로 운반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그러나 극심한 기근으로 백성들이 굶주림에 쓰러져가던 상황에서 그는 결단을 내린다.


궁궐로 향하던 세곡을 굶주린 백성들에게 풀어 나눠준 것이다. 이는 단순한 선행을 넘어, 당시 체제 질서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단이었다. 

공적 책무보다 백성의 생명을 우선한 선택. 훗날 의병장으로 나서게 되는 그의 기질은 이미 이때 드러나고 있었다. 지역에서는 그를 두고 “의롭고 어진 인물”이라 전한다.


의산 문석봉 선생의 초상화(왼쪽)와 그의 묘

1895년 8월, 명성황후가 일본 낭인들에 의해 시해된 을미사변은 조선을 충격에 빠뜨렸다. 국권은 흔들렸고 민심은 들끓었다.

 

이때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문석봉이었다.

 

그는 대전 지역 유학자들과 평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유성에서 의병을 일으켰다. 이는 전국적으로 확산된 을미의병의 사실상 첫 봉기로 평가된다. 현풍 출신 문석봉은 을미사변 이후 전국 최초로 의병장을 맡아 무장 항쟁을 전개한 인물이었다.


유성 장터에서 병력을 편성한 그는 회덕현을 급습해 무기를 탈취하고, 공주를 향해 진격했다. 그러나 관군의 공격에 맞서다 전력이 분산되면서 의병은 흩어지게 된다. 봉기는 일단락됐지만, 항일 의병의 불씨는 전국으로 번져 나갔다.

 

을미의병은 이후 전국적 의병 항쟁으로 이어지며 항일의병의 불씨를 지폈고 을미사변의 효시로 추앙받았다. 그 시작점에 현풍 출신 의산 문석봉이 있었다는 사실은 지역사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의산 유고의 통문(왼쪽위. 국가보훈처), 유성 의병 봉기 관련 기록(오른쪽.독립기년관), 의산 유고의 회문(왼쪽아래.국가보훈처)

패전 후 몸을 피하던 문석봉은 결국 고향 현풍으로 돌아오게 된다. 일본 세력의 보복이 두려웠던 그의 모친은 아들의 관복과 벼루, 대검 등을 마을 당산나무 아래 직접 묻었다고 전해진다.

 

그 당산나무는 오늘날 현풍휴게소에 자리한 수령 500여 년의 느티나무로 알려져 있다. 일제의 눈을 피해 묻힌 유품은 광복 이후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현재는 독립기념관에 소장돼 있다.

한 가문의 기억을 넘어, 지역과 국가의 기억으로 남게 된 순간이었다.

 

수령 500여 년의 당산나무. 지금의 현풍휴게소에 자리하고 있다.

문익점의 후손으로 태어나, 기근 속 백성을 먼저 살피고, 국권이 흔들리자 가장 먼저 봉기를 일으킨 인물. 의산 문석봉은 단순한 향토 인물을 넘어 한국 근대사 전환기에 등장한 실천적 지식인이자 무장 항쟁 지도자였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전국적 의병사 속에서 상대적으로 널리 조명받지 못한 측면이 있다. 지역 차원의 체계적인 재조명과 사료 발굴, 기념사업 확대가 요구되는 이유다.

 

조용한 마을 한켠에는 나라의 위기 앞에서 망설임 없이 일어섰던 한 의병장의 숨결이 여전히 남아 있다.

 

역사는 기록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기억하고 기리는 순간, 비로소 현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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