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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선 종점 문양역 푸른신문 | 기사일자 [2009-10-15]

황금 들녘, 아늑한 등산로 그리고 시원한 매운탕



버스나 지하철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가 종점까지 간 기억, 한두 번쯤 경험 한 일일 것이다.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종점에서의 추억은 그리움과 미련, 아쉬움이라는 단어를 함께 내포하고 있다. 상처받은 사람들이 무심코 버스를 탔다 종점까지 가는 동안 위로를 받기도 하고, 연인들에게는 종점과 종점 사이를 오가는 동안 서로의 사랑을 속삭이기도 한다. 딱히 이런 낭만적인 장면은 아닐지라도 문양역은 다른 지하철역과는 다르다. 대구지하철2호선이 개통된 지 4년. 종점 4곳 중에 유일한 지상역인 문양역은 그야말로 종점다운 종점이다. ‘지하철역’이라고 하면 번잡한 도시가 떠오르지만, 이곳은 정반대다. 누런 황금들판이 내리는 승객들을 맞이한다.
다사역을 지나 조금 더 달리면 객실이 갑자기 환해진다. 전동차가 기나긴 지하 터널을 지나 지상으로 올라오는 것이다. 이 순간, 팍팍한 도시의 삶 그 끝에 우리를 위로해주는 숲과 들판이 아직 건재함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잠시 뒤 전동차는 종점인 문양역에 다다른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 했던가. 종점 문약역과 그 주변에서 우리는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문양역 주변을 살펴봤다.

 

30년 전 시작된 ‘메기매운탕’ 식당 번성


대구 지하철 2호선의 서쪽 종점인 문양역. ‘문양’이란 지명은 지하철 2호선이 개통되기 전까지만해도 우리에게 낯선 이름이었다. 그러나 지난 2005년 개통 이후 문양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들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들을 수밖에 없는 이름이 됐다.
대구유일의 지상역에 내리면 들판 한켠의 커다란 역사도 역사이지만, 문양역에 도착할 즈음 만나는 시골풍경이 승객들을 맞이한다. 역 앞에 줄을 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메기매운탕식당의 승합차량들이다. 매일 20여대에 이르는 차량들이 손님들을 기다리며 장사진을 이룬다. 8일 오전 11시경, 점심시간까지는 조금 남았지만, 식당에서 손님을 태우기 위해 나온 승합차가 역 앞에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문득 이 많은 식당이 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유지될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그 사이 등산복 차림의 몇몇 손님들이 단골 가게 차량을 타고 역을 빠져 나가는 모습이 눈에 띈다. 또 이른 점심을 먹기 위해 찾아 온 인근 직장인들의 무리도 보인다.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명소로 자리 잡은 모양이다.
문양에 메기매운탕 식당이 들어선 것은 30여년 전부터다. 지금은 문양역 인근 새터고개(부곡)와 새마 식당촌, 문산나룻가에 무리를 지어 자리 잡았는데, 어림잡아 30~40곳에 이를 정도로 명소가 돼 버렸다. 굳이 차를 몰고 오지 않더라도 문양역과 각 식당을 오가는 ‘셔틀 차량’을 이용하면 편하게 메기매운탕을 즐길 수 있다. 또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 부담이 없다. 2,3명이 먹을 수 있는 작은 것이 1만5천원, 4,5명이 먹기에 충분한 큰 것은 2만5천원정도. 30년 이상 된 전통이 말해 주 듯 메기매운탕의 흙냄새가 전혀 없이 깔끔하고 어느 집을 가더라도 평균 이상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쉬엄쉬엄 운동 삼아 오를 수 있는 ‘마천산’


문양역 인근에는 시민들의 쉼터와 같은 공간인 마천산이 있다. 역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지하철2호선 밑으로 난 굴이 나타나는데, 굴을 지나면 곧바로 오른쪽에 ‘등산로’란 표지가 있다. 산으로 가는 오솔길을 따라 가자 우거진 소나무 숲이 등산객을 맞는다. 높이 196m의 산은 비교적 산행코스가 평탄해 문양역을 찾는 어르신들이 많이 오른다. 또 지하철을 이용해 편하게 올 수 있어 주말이면 가족, 연인들끼리 산을 오르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마천산을 오르는 방법은 다양하다. 마천산 정상을 거쳐 산 능선을 따라 그게 돌아 다시 문양역을 오는 6.7km의 가장 긴 코스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방법으로, 건장한 성인의 빠른 걸음이면 2시간30분, 중간에 쉬엄쉬엄 쉬거나 천천히 산행을 하더라도 3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 또 다른 코스는 문산 정수장 배수지를 거쳐 부곡 먹거리 마을로 가는 코스와 새터고개를 통해 다사로 나오는 코스다. 이곳은 완만한 평지가 많아 크게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는 장점과 마천산 단골 등산객들이 만들어 놓은 여러 가지 시설물이 눈길을 끈다. 힘들면 쉬어 갈 수 있는 벤치도 중간 중간 설치되어 있어 힘든 산행 길 달콤한 휴식을 맛 볼 수 있다. 마지막 코스는 배수지를 지나치고 삼림욕장을 경유해 하빈면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자전거를 이용해 오를 수 있을 정도로 가파르지 않아 가벼운 산책을 하기에 좋다. 또 옛 봉수대 터가 있던 곳도 있어 봉수대에 대한 정보도 접할 수 있고, 전망대에 오르면 금호강이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전경을 감상 할 수 있는 정자도 마련되어 있다. 요즘 이곳을 찾는다면 누렇게 익은 벼들의 황금물결을 감상할 수 있다.
산 중턱에서 만난 박종범(63겭瓚琯?씨. 그는 지하철 2호선이 개통된 지난 2005년부터 매일 마천산을 찾는다. 관절염이 있었던 그는 등산을 하면서 통증이 많아 사라졌다. “지하철을 타고 보통 1시쯤 여기에 도착하지. 집에서 tv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 이렇게 나와 운동을 하니 건강에 도움이 되고 기분도 좋아져” 얼마 전에는 직접 만든 운동기구를 산 중턱에 갖다놓기도 했다.
일주일에 한 두 번은 꼭 마천산을 찾는다는 현복룡(71겙㉪顫?씨는 더 높은 산을 오르기 전에 이곳을 찾아 산행연습을 한단다. “예행연습 차원에서 몸을 풀기 위해 이 산을 이용하지. 2년 전 지인을 통해 이곳을 알게 됐는데 공기도 너무 좋고 비슷한 나이 또래의 사람들도 많아 생각날 때마다 오지”


역사 1층엔 믿을 수 있는 ‘농산물직판장’도


생산자와 구매자를 연결시켜 주는 ‘농산물 직판장’도 지난 9월 24일 문양역 1층에 문을 열어 문양역을 찾는 이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1천640㎡ 공간에 마련된 직판장은 대구도시철도공사가 장소를 제공하고 달성군이 시설비 4억8천만원을 투자해 조성됐다.
문양역은 원래 문양, 문산, 부곡 등 주변지역 농민들이 재배한 농산물이 모이는 집하장이였다. 지하철 2호선이 들어서면서 집하장이 없어지자 지역 농민들이 영농법인 조합을 설립해 직판장을 열게 됐다. 운영을 위탁받은 대구농산물생산자영농조합법인은 달성군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농산물가공품, 축산품 등을 판매한다. 모든 판매 농산물에는 ‘생산자 실명제’ 방식이 적용됐다. 품목마다 생산자의 얼굴과 이력 내용이 적힌 팻말이 내걸린 것이다. 가격은 일반 유통업체의 절반수준이다. 파 한단이 1천원대, 양파 한 묶음(6개)이 2천원대에 판매된다.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 수는 하루 평균 300~400명 정도. 입소문이 나면서 장거리에서 차를 가지고 장을 보러 오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단다.
문양역 농산물생산자영농조합법인 이재홍 본부장은 “우리의 목표는 소비자와 농민이 서로 믿고 함께 윈윈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라며 “올 연말쯤이면 직판장이 어느 정도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양이 도시민들의 농촌문화 체험의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해 나감과 동시에 요리경연대회, 우리음식 홍보행사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문양역 주변을 농산물 장터 및 먹거리 타운으로 정착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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